▶ 꽃나무 마을에 간 도둑들/ 니이미 난키치 글- 유기송 그림- 전아현 옮김
꽃나무 마을의 입구에는 수영과 개자리풀이 자라고 초록의 들판에서는 아이들의 뛰어놀고 있었어요. 지나가던 다섯 명의 도둑들은 이 마을에는 좋은 물건들과 돈이 많을 것이라고 생각했어요.
두목과 가마솥, 열쇠, 탈춤, 대패, 다섯 명은 도둑이 되기 전의 직업에 비유한 독특한 이름으로 불렸어요.
두목은 마을 앞 강가의 풀밭에서 담배를 피우며 부하들에게 마을의 동태를 살피고 오라고 했지요.
네 명의 부하들은 두목의 명령대로 어느 집에 좋은 물건과 돈이 많은지 침입하기 좋은 장소와 도망치기 좋은 방향을 염탐하러 갔어요.
솥이나 주전자 만드는 일을 하던 가마솥이먼저 돌아왔어요.
“두목님, 쌀 서 말은 들어갈 큰 가마솥이 있는데 녹이면 주전자 50개는 나올 것 같아요.”
두 번째로 창고나 집의 열쇠를 만들고 수리하던 열쇠가 달려왔어요.
“두목님, 튼튼한 자물쇠 있는 집이 없어요. 허술한 자물쇠를 고치지도 새로 사지도 않으니 장사가 안 되지요.”
세 번째로 물구나무 공중제비 등 묘기를 부리던 탈춤이 흔들흔들 돌아왔어요.
“두목님, 머리카락 수염이 모두 하얀 할아버지가 대나무 피리를 부는데 굉장히 좋은 소리가 났어요.”
마지막으로 목수의 아들로 사당의 문틀을 고쳐주는 일을 배우던 대패가 뚜벅뚜벅 걸어왔어요.
“두목님, 마을의 부잣집 천장의 널빤지가 최고급 삼나무였는데 우리 아버지가 보셨다면 정말 좋아 하셨을 거예요.”
부하들의 말을 전해들은 두목은 노발대발 화를 냈어요.
“네 놈들이 아직 대장장이, 열쇠수리공, 탈춤꾼, 목수인줄 아느냐? 다시 가서 잘 살펴보고 오거라.”
네 명의 부하들이 마을을 향해 갔어요.
“두목 노릇도 생각만큼 쉬운 것은 아니군.”한숨을 쉬며 풀밭에 벌러덩 누웠어요.
어디선가 왁자지껄하게 아이들의 소리가 들렸어요. 도둑 잡는 놀이를 하고 있는 아이들의 모습에 화들짝 놀라 벌떡 일어났어요.
“도둑 잡는 놀이는 좋지 않은데 걱정이다 걱정이야.” 혼자 말을 중얼거리고 있는데 동자가 송아지를 데리고 서 있었어요.
“아저씨, 이 송아지 좀 맡아주세요.”
불쑥 말하고 대답하기도 전에 두목의 손에 빨간 고삐를 쥐어주었어요.
얼떨결에 송아지를 맡은 두목은 킥킥 웃으며 송아지를 보았어요.
“부하들에게 자랑할 수 있겠군.”
터져 나오는 웃음을 멈출 수가 없었어요.
그런데 웃다가 눈물이 나왔어요.
두목은 실제로 울고 있었어요.
눈물은 멈춰지지 않았으며 기쁨의 눈물이었어요.
동자는 아무런 의심 없이 다가와 송아지를 맡겼으며 송아지는 두목 옆에 바싹 붙어있었어요.
누구도 두목 옆에 오는 것을 꺼려했으며 얼굴 목소리를 듣는 것도 싫어했어요.
사람의 등위에 앉은 원숭이마저도 감을 주었는데 팽개쳐버렸어요.
두목은 동자로 인하여 처음 느껴본 믿음과 사랑으로 감동했으며 웃음 뒤에 기쁨의 눈물이 터져 나왔어요.
날은 어두워졌는데 기다려도 송아지를 맡긴 동자는 돌아오지 않았어요.
두목과 부하들은 마을로 들어가 촌장을 만났어요.
두목은 촌장과 술을 마시며 계속 울었고 얼어붙은 마음이 녹아내렸어요.
촌장은 껄껄 웃었어요.
촌장은 술을 마시면 웃는 버릇이 있는데 울고 있는 사람을 보면 더 웃음이 난다며 기분 나빠 하지 말라고 했어요.
두목은 촌장에게 도둑이라는 것을 고백하고 지금까지 저지른 나쁜 일을 모두 털어놓았어요.
다음 날 촌장의 배웅을 받으며 고개를 푹 숙이고 꽃나무 마을을 떠나가지요.
“절대로 도둑은 되지 마라”는 두목의 마지막 말을 꼭 지켜야겠다고 다짐하면서 도둑들은 흩어져 갔어요.
송아지를 맡겼던 동자는 말을 입구 다리 옆의 지장보살님이라고 마을 사람들은 믿었어요. 송아지를 데리고 온 동자가 짚신을 신고 있었기 때문 이예요.
마을 사람들은 언제부터인지 모르지만 매년 지장보살님에게 짚신을 바쳐왔대요.
- 니이미 난키치 -
1913년 일본 아이치 현의 한다 시에서 태어나, 1943년 30세의 나이에 결핵으로 요절한다. 네 살 때부터 외할머니의 손에서 자라며 늘 어머니를 그리워한다.
혼자 공상하며 놀기를 좋아했으며 중학교 때부터 문학에 관심을 두었다. 동경대 영문과 입학 후 본격적으로 작품을 썼다.
교사로 재직한 5년 동안 인간에 대한 따뜻한 사랑이 담긴 작품들을 많이 발표했다.
감성동화의 정점을 보여준 천재작가로 꽃나무 마을에 간 도둑들, 여우, 금빛여우. 장갑을 사러간 아기 여우를 비롯하여 110편의 동화, 60편의 소설. 수십 편의 동요와 동시를 남겼다.
이 시대에는 많은 사람들이 전염병으로 목숨을 잃었다. 우리나라의 김유정이나 이상, 기형도 등, 많이 있으며 자살한 천재 작가 여류 화가 등, 시대에 앞서간 사람들이 아까운 나이에 안타깝게 떠나갔다.